서성원의 태권도와 길동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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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3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된 '태권도 경기장'


[서성원의 쾌변독설 2]
    경기장 둘러싸고 있는 '필승 펼침막' 승리지상주의 대변


소년체전 태권도 경기가 열린 장흥체육관. '반드시 이겨서 금메달을 획득하라'고 독려하는 '필승 펼침막'이 경기장을 에워싸고 있다.


지난 5월 전남 일원에서 전국 16개 시도에서 1천7백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가 열렸다.

소년체전은 1972년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금까지 스포츠 꿈나무 발굴의 산실(産室)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각 시도(市道)의 예선을 거쳐 대표선수가 된 후 본격적으로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하다 보니 선수 대부분이 ‘수업은 뒷전-훈련에 올인’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소년체전은 첫 대회인 1972년부터 8회 대회 때까지 종합채점제 방식을 적용, 각 시도별로 순위를 매겨왔다. 이 같은 채점 방식이 지나치게 과열 현상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21회 대회부터 메달 집계를 하되 순위를 정하지 않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메달을 수여해 더욱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되 각 시도에게는 경쟁을 부추기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이 같은 대회 운영방식에도 불구하고, 종합순위 올리기에 급급해 소년체전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의 묵인과 시도체육회와 각 종목 협회의 독려 속에 소년체전은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한 ‘승리지상주의’로 치닫고 있다. 태권도의 경우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이 같은 방증은 태권도가 열리는 경기장 안팎에서 여실히 목격할 수 있다.

태권도 경기가 열린 장흥체육관에는 각 시도를 응원하는 펼침막(플래카드)이 가득히 걸려 있었다. 문제는 그 펼침막에 씌여져 있는 ‘필승(必勝)’이다.

'필승(必勝)'은 말 그대로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다. 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로 풀이할 수 있다. 정해진 경기규정에 입각해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스포츠맨십’과 상반되는 말이다.

필승은 군대, 전쟁개념에 적합한 것이지 ‘교육의 연장선’인 소년체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어린 학생들의 스포츠 제전(祭典)인 소년체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정에 따라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장(場)이다.

소년체전 경기장은 전쟁터가 아니다.
이런 것만 봐도 지금의 소년체전이 얼마나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시도를 대표해 참가한 어린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올림픽처럼 금메달을 획득하기 않으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다. 코치도 마찬가지다.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들을 다그치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운동선수를 자녀로 두고 있는 한 학부모는 "소년체전이 금메달 획득 위주로 운영돼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도 눈물을 삼켜야할 때가 있다. 금메달을 따는 선수만 훌륭한 선수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선수인지 교육청에 묻고 싶을 때가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소년체전은 각 시도교육청의 지원 속에 열리기 때문에 ‘교육의 연장선’ 차원에서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고 평가를 받는 자리다. 최근에 열린 소년체전 개막식 행사에서 깃발에 새겨진 ‘교육백년대계’가 소년체전의 취지를 잘 웅변해주고 있다.

따라서 소년체전의 의미와 본질을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선 ‘필승’보다는 ‘최선’이 경기장에서 자주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소년체전의 본래 취지와 순수한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이 다각도로 강구되길 기대해 본다.

[by 서성원의 퀘변독설 ㅣ 태권라인 - www.taekwonline.com]

Posted by 해니(haeny)
서성원의 퀘변독설 l 2009. 12. 2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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